(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돌포 페레즈 에스키벨 박사와 불교 철학자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은 전 세계 청년들에게 정의와 연대로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구축을 호소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세계의 청년들이여! 인류의 중요한 도전을 위해 연대하여 자신의 인생과 새로운 세기의 역사를 여는 건설자가 되어라! 인류가 어떤 중대한 시련에 직면하든 거기에 맞서는 ‘청년의 연대’가 있는 한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청년에게 한없는 기대를 담아 이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사회 변화 속에서 21세기는 몇 가지 심각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현대 세계에서 광명을 찾으려면 역사와 진지하게 마주하고 그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그 기억은 우리 눈앞에 놓인 새로운 선택지를 떠오르게 할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세계는 가능하다’고 제시하는 민중의 힘과 불굴의 정신이라는 ‘희망의 빛’이 인간의 역사에 빛나고 있다는 점을 가르쳐 준다.
20세기의 빛과 그림자는 인류의 행보에 깊은 영향을 주는 반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불균형과 불평등을 불러일으켰다.
또 각국 내에서도 빈부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기아를 간과함은 죄악이므로 굶주림과 빈곤의 투쟁을 망설일 때가 아니다.
문제해결에 맞서 유엔에서는 ‘우리의 세계를 변혁한다’라는 제목을 붙인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주>를 세웠다. 우리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종교, 문화라는 차이를 뛰어넘어 지구상에 비참이라는 두 글자를 없애려는 의제에 협력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창조하려는 도전의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 하나가 기후변동대책을 위한 ‘파리협정’이다. 빈발하는 이상기후를 비롯해 해수면 상승 등에 대한 염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016년 11월에 발효해 바야흐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비준하기에 이르렀다.
또 하나는 2017년 7월에 채택한 ‘핵무기금지조약’이다. 핵무기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국제조약이 마침내 탄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로마 교황의 제안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통합적 군축을 향한 전망’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고 핵 위협과 함께 다른 나라 민중의 생명과 존엄을 희생하여 자국의 안전보장을 추구하려는 권력의 발상과 야심이야말로 폐기해야 한다. 그러한 ‘무장한 이론’과 결별할 때가 왔다.
일찍이 우리 두 사람이 대담집에서 여러 지구적인 과제를 논할 때 그 저변에는 청년의 능력에 대한 한없는 신뢰가 깔려 있었다.
지난해 핵무기금지조약을 채택할 때 시민사회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도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을 비롯한 세계 청년들의 연대였다.
청년이 어려운 현실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용기가 있는가 없는가. 현재 청년의 모습이 미래를 결정짓는다.
마틴 루터 킹 박사는 ‘우리는 늘 새로운 날의 여명에 서 있다’는 말을 남겼다.
우리 두 사람도 지구라는 우리 ‘공동의 집’에는 늘 인류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위해 새로운 여명을 맞이할 희망과 뜻이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난민문제는 매우 시급한 과제다. 수백만, 수천만 사람들이 전쟁과 무력충돌의 폭력, 굶주림의 폭력, 사회적 폭력, 구조적 폭력에 생명과 존엄을 위협받고 있다.
처지가 딱한 사람들과 연대해 그 궁핍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우리는 양손만이 아닌 사고방식과 마음을 크게 넓혀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두 사람은 세계 청년에게 외친다.
연대의 힘으로 이겨내지 못할 벽 따위 결코 없다. 여러 문화적 정체성이나 정신적 정체성 그리고 속성의 차이를 넘어 청년이 펼치는 행동의 연대를 더욱더 넓히지 않겠는가 하고 말이다.
심은 것은 반드시 수확한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미래에 반드시 결실을 맺는다는 점을 믿고 ‘민중과 함께 인생을 나아간다’는 책임을 감연히 짊어지지 않겠는가 하고 말이다.
핵무기 위협을 비롯해 분쟁에 따른 난민의 급증과 기후변동에 따른 이상기후 그리고 머니게임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저에는 군사의 폭주, 정치의 폭주, 경제의 폭주가 있고 우리가 ‘함께 사는 집’인 지구에 커다란 암운을 드리우는 원흉이 되고 있다.
힘과 부를 얻을수록 ‘모든 것을 지금 당장 손에 넣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다.
동양사상에는 사회에 혼미함을 일으키는 세 가지 요소에 관한 통찰이 있다. 첫째, 이기적인 욕망에 움직이는 ‘탐(貪, 욕심)’이고 둘째, 다른 사람들을 미워해 다투는 ‘진(瞋, 분노)’이다.
그리고 셋째,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성과 사회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치(癡, 어리석음)’다.
간디는 인간의 행동 기준으로 자신의 언동이 ‘가장 가난하고 가장 무력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 얼굴을 떠올리면서 판단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간디의 신조는 사회적으로 약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존재를 늘 잊지 않고 어느 누구도 희생 당하지 않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유엔의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가 내건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이념과 통하는 ‘인간성’이 강하게 맥동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은 이 공동성명을 통해 현대문명에서 일어나는 폭주를 막고 인간과 어머니와 같은 지구의 균형을 회복해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반으로서 ‘세계시민교육을 통한 청년의 임파워먼트(내발적인 힘의 개화)’를 추진할 것을 국제사회에 강하게 주장한다.
청년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힘을 이끌어내는 임파워먼트를 지구 전체에 추진하기 위해 우리는 세계시민을 육성하는 활동을 2030년을 향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청년들은 이 활동을 통해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익히기 바란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사항을 중심축으로 삼아 청년들이 연대해 어머니와 같은 지구를 지키기 위한 행동의 폭을 넓히는 흐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횃불을 계승
우리 두 사람은 ‘전쟁과 폭력의 세기’인 20세기의 폭풍우를 빠져 나오면서 그 전환을 찾아 민족이나 종교의 차이를 초월한 우정의 연대를 한 걸음씩 넓히고자 거듭 노력했다. 그 우정과 다양성이 조화를 이룬 연대의 횃불을 의탁한다는 심정으로 우리 두 사람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힘주어 외친다.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과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은 현대와 미래 사회를 위해, 새로운 희망의 새벽을 열기 위해 청년들이 사람들과 함께 단결해 생명존엄을 지키고 불의와 싸워 육체와 정신 그리고 자유를 위한 자양을 서로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그 행동을 넓힌다면 흔들리지 않는 인류의 보편적인 정신적 유산과 ‘공정’ 그리고 ‘연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주>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
2015년 9월 ‘유엔 지속가능발전서밋’에서 채택한 성과 문서로 선언 이외에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내걸고 있다. 2030년까지 빈곤과 기아 그리고 에너지, 기후변동 등 다방면에 걸친 과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