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면영 이사장, 권명광 총장 그리고 홍익가족의 마음을 담아 소카(創價)대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그 목적은 세계적인 석학이신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박사에게 우리 홍익대학교의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 위함입니다. 홍익대학교는 이번에 대학원위원회에서 엄정한 심의와 의결을 거쳐 소카대학교 창립자 이케다 박사에게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해 오늘 수여식을 거행하게 됐습니다.
이케다 박사가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지도자로 존경받는 분이라는 사실은 1975년 모스크바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처음 받으신 이후 전 세계 오대양 육대주에서 250개가 넘는 명예학술 칭호를 받으셨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1967년에 유럽통합의 아버지 쿠텐호베 백작, 1972년 세계적인 역사학자 토인비 박사를 비롯해 저우언라이 총리, 고르바초프 대통령 등 세계를 리드하는 식자, 지도자와 대화를 전개하셨습니다. 불신과 분단으로 얼룩진 ‘전쟁의 세기 20세기’를 성실과 신용을 바탕으로 한 대화로 신뢰와 결합으로 상징되는 ‘평화의 21세기’로 이끄셨습니다. 이는 그때까지의 한일교류가 정치나 경제가 중심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세계의 청년과 국가지도자를 향해 우리나라를 ‘문화대은의 나라’ ‘스승의 나라’라고까지 표현하시며 오늘날 민간교류의 문을 과감하고 용기 있게 열어오셨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이케다 박사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일본에 사는 우리 동포에게 주신 수필과 시를 읽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차별에 괴로워하는 어느 재일한국인 여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본디 인간에게 국경 따위는 없었다. 그것이 언제인가 인위적으로 국경이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경보다 훨씬 깊은 차원의 인간연대에 도달해 살아갈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웃나라 일본에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와 진정한 우호·평화를 바라는 분이 계신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감사의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케다 박사가 반세기 가깝게 한국·중국·러시아 등을 비롯해 길 없는 길을 개척하신 행동이 본래 상찬받아 마땅함에도 일본에서는 이유도 없이 비판이나 중상모략을 받아오신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위업을 달성한 선구자는 늘 가시밭길을 걸으셨습니다. 우리 대학의 건학이념은 ‘홍익인간’입니다. 그 의미는 ‘널리 전 세계 인류에 봉사하는 이로운 사람이 되자, 널리 인류에 봉사하는 인간교육을 하자’는 ‘인간교육의 보편적인 정신’입니다. 우리 대학은 이 건학이념에 비춰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함으로써 이케다 박사를 상찬하고 싶습니다.
오늘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에 즈음해 우리는 이케다 박사의 은사인 마키구치(牧口), 도다(戶田) 두 선생님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창가교육의 아버지 초대 마키구치 쓰네사부로 선생님, 제2대 도다 조세이 선생님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치안유지법에 의해 체포되어 마키구치 선생님은 결국 감옥에서 순교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일본의 군국주의에 정면으로 반대하시어 존귀한 목숨을 마쳤다는 사실에 우리는 진심으로 합장하고 만감을 담아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분별 있는 사람은 나라를 초월해 자세를 가다듬고 근청(謹聽)해야 할 역사적 진실입니다. 저는 2000년에 귀 대학을 방문했을 때, 이케다 박사가 존귀한 스승의 유지를 계승해 소카대학교, 소카학원, 민주음악협회, 도쿄후지미술관 등 평화·문화·교육의 전당을 설립하셨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가장 소중한 사업은 교육’이라고 하신 이케다 박사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우리 홍익대학교도 이사장, 총장을 중심으로 단결해, 세계에서 통용되는 한국 최고의 대학을 목표로 심혈을 기울여왔습니다. 실로 교육에 평생을 거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숭문호학(崇文好學)’을 자랑하는 우리 민족은 교육이 인간으로서 가장 존귀한 성업이자, 한권의 책을 저술하는 것을 가보로 여깁니다.
최고학부인 대학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 이상의 영예는 없으며, 우리는 캠퍼스를 정비하는 데 심은 나무 한 그루에도 학생이 대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우리는 최고 수준의 교육 환경을 갖춘 대학의 창립자로서, 오랫동안 신로를 다한 이케다 박사의 노고를 가슴이 아플 정도로 잘 압니다. 이것은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를 것입니다.
이케다 박사는 홍익대학교를 비롯해 우리나라 학생들을 자주 격려하셨습니다. 지난 2002년에 실시한 어학연수 때, 이케다 박사가 다음과 같은 말을 보내주셨습니다. “청춘은 고뇌와 싸우는 투쟁이다. 청춘은 일생의 승리와 영광을 위해 학문의 보배를 연마하는 때. 앞으로 경애하는 귀국의 위대한 지도자로 성장할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하며” 이 말에는 청년에게 보내는 한없는 기대가 담겼습니다. 이케다 박사에게 직접 격려를 받은 그 남학생은 귀국 후, 병역으로 혹독한 훈련을 받을 때도 이 말을 생각하며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남학생은 현재, 한일양국을 잇는 무역회사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구사하며 활약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의 수여를 학생 여러분에게도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소카대학교 한글문화연구회에서 몇몇 학생이 한국 학생과 교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우리 대학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총장인 이면영 이사장은 일본에서 갑자기 방문한 학생들을 환영했습니다. 그 후 학생들은 오늘날까지 해마다 우리 대학을 방문해 우리 학생들과 거듭 교류했습니다.
귀국 후, 학생들은 진심을 담은 감사 편지를 써서 고급 한지에 싸서 보내주셨습니다. 이면영 이사장은 우리 교직원에게 학생들의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고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또 “대학은 학생의 모습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어학연수로 방문한 소카대생을 환영하며 간담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웃 나라와 맺은 우호를 마음에 새기며 세계시민이 되자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장 올바른 길임을 확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 여러분에게 격려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대학의 이면영 이사장은 지난 2001년 3월, 소카대·소카여자단기대학 졸업식에 참석했을 때 힘차고 용감한 모습을 표현한 ‘황소’ 상을 이케다 박사에게 증정했습니다. 소는 ‘인내, 노고, 평화를 상징하는 동물’로 우리 대학의 상징입니다. 인생에는 괴로워하고 고민하며 참고 견뎌야 할 때가 있습니다. “고생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인내와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평화를 바라는 큰 희망을 품고, 인생에 승리하기를 기원합니다.
21세기를 짊어질 학생 여러분, 아무쪼록 창립자의 마음과 한일우호의 마음을 소중히 하여, 면학에 힘쓰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끝으로 이케다 박사의 건승과 귀 대학의 무궁한 발전 그리고 젊은 학생 여러분에게 전도양양한 길이 열리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수여사를 마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수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