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은 평화운동가, 불교철학자, 교육자, 작가 그리고 시인으로 대화를 통한 평화 증진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 Words of Wisdom 희망찬 내일을 위한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명언

  • Dialogue with Nature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사진 작품, 자연과의 대화

  • The Life Story of Daisaku Ikeda 이케다 다이사쿠 생애

에세이

아름다운 지구

타플로코트의 5월

5월이 왔다.
우리들의 계절이 왔다.
5월. 모든 것이 뻗어 가는 계절. 신록의 내음이 자욱한 5월.
포플러, 꽃이 지고 새싹이 돋은 벚나무, 플라타너스, 소나무도 삼나무도 새로운 잎을 내어 묵은 잎이 바뀌는 5월.
4월의 자연에는 아직까지 생명이 막 눈뜨기 시작하는 나른함이 있다. 잠에서 덜 깨인 듯한 몸의 무거움과 나른함.

그것이 5월이 되면 생명은 생기 있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목단, 작약, 튤립. 5월은 ‘꽃의 달’이다.
등나무 덩굴의 시렁, 발갛게 타오르는 철쭉.
창포, 개양귀비, 카네이션, 미야코풀, 오도리풀, 인동초, 붉은 장미, 황색 장미, 미국 산딸나무, 백합의 흰빛, 아이리스의 보라색, 병꽃나무 꽃, 오동나무 꽃, 개망초. 그리고 경쟁하듯 피는 온갖 꽃들보다도 화려한 어린 잎의 신록.

마음이 열리는 5월.
발걸음도 가벼워지는 5월.
하늘은 화창하고 꿀벌, 나비, 두견새가 춤춘다.
들도 산도 새로운 차림으로 갈아입는 5월.
죽순, 머위순(국화과의 다년초. 잎과 잎꼭지를 나물로 먹음), 보릿가을(보리가 익어서 거둘 만하게 된 계절). 빛의 언덕에 햇차(茶)의 내음, 풀피리 노래. 천지가 크게 자라서 무엇인가 태어날 것만 같은 5월이다.

5월에는 단테가 태어났다. 푸시킨이 태어났다.
발자크가 태어났다.
에머슨이 태어났고 휘트먼이 태어났다.
영국에서 러셀 경(卿)과 밀, 호프가 첫 울음 소리를 터트린 5월.

영국에서도 5월은 황금의 계절이다.
겨울이 긴 영국에서는 3월, 4월은 아직 봄다운 봄이 아니다. 5월이 되어야 비로소 해가 길어지고 따뜻해진다.

사람들은 말한다.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5월의 꽃’을 가져온다고.

억누르려 해도 억누를 수 없는 ‘시간의 힘’. 아무리 고달픈 겨울이라도 언젠가는 끝난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봄의 기쁨을 축하하는 ‘메이데이(5월제)’다. 동이 트기 전, 처녀들은 숲에 나가 잎 끝에 맺힌 아침이슬을 따서 피부에 발랐다. 그렇게 하면 미(美)와 행운이 찾아온다는 말이 전해져온다. 젊은 남자는 숲에서 큰 나무를 잘라 마을 광장에 세웠다. 이 ‘메이 폴(5월의 기둥)’의 주위에서 젊은 남녀는 춤을 추었다. 그리고 아가씨들은 이슬에 젖은 산사나무 꽃이나 가지를 손에 들고 집집마다 돌며 나누어 주었다. ‘새로운 생명’이 누구에게나 다 전달되도록. 5월이야말로 청춘의 달. 만물이 ‘생명의 찬가’를 노래하는 때다.

나는 가을의 영국도 겨울의 영국도 알고 있다. 그러나 역시 5월의 영국이 가장 멋있다. 초청을 받아 토인비 박사와 대담한 것도 5월이었다. 1972년에 이어 1973년에도 2년 연속으로 메이 플라워의 계절에 방문했다. “내가 젊다면 동양 불법의 진수를 탐구하여 실천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박사였다. 1975년 5월에 박사는 병상에 계셨다. 비서에게 완성된 대담집을 기탁했다. 영어판 타이틀은 《생(生)을 향한 선택》 ―.

14년 후인 1989년 5월 ‘문화의 성(城)’ 타플로코트가 개관했다. 런던의 서쪽 교외, 템스강의 흐름을 내려다보는 완만한 구릉 위에 타플로코트가 펼쳐진다. 문득 보면 손으로 만든 ‘서양소나무 벤치’.

사람을 기다리는 듯한 벤치 옆에는 2천 년 전부터 이어온 샘도 있었다. 안전한 언덕이 있고 물이 있으면 사람들이 자연히 모여들게 된다. 부지에는 6세기 고분도 있다. 4백 년 전, 젊은 날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정쟁(政爭) 때문에 이곳에 유폐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지금처럼 고딕 양식의 성으로 된 것은 150년 정도 전인 것 같다. 왕실이 거처하는 성인 윈저성(城)과도 가깝고 영국 왕실을 비롯하여 각국 왕실에서도 귀빈이 방문했다. 그리고 처칠, 체임벌린 등의 역대 수상, 키플링, 와일드, 웰스 등 저명한 문화인도 이 고장을 사랑하여 ‘지성의 사교장’이 되었다고 한다.

왕립 캐나다 병원의 간호사 기숙사가 되기도 하고, 여학교로 된 적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공습 피해를 입은 어린아이들을 보호하는 성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타플로코트가 이 지역에 계시는 분들에게도 친근한 ‘우호의 뜰’로 다시 태어난 것이 기쁘다. 영국에 거주하는 소카대학교 동창들도 기뻐하며 모였다. 지금 어디를 가도 사랑하는 동창들이 있다. 청춘의 ‘5월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며 사명의 가로수길을 달리고 있다. 개관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부인부 ‘로즈 합창단’이 노래를 불러 주셨다. 가사에 “내 긍지를 빼앗을 수는 없다”는 구절이 있었다. 그 노랫소리는 “내 신념은 빼앗을 수 없다!” “내 동지애는 빼앗을 수 없다!”는 승리의 함성으로 들렸다.

5월. 도다 선생님이 회장이 되고, 내가 청년 회장이 된 것도 5월이다. 밝은 5월 3일도 어두운 5월 3일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타고 넘어 동지는 승리했다.
‘청년’의 마음이다. ‘향상’의 마음이다.
5월의 마음. 그것은 영원한 ‘희망’의 마음이다.
‘5월의 마음’이 불타고 있는 한 우리들의 앞길에는 백화요란(百花邀亂)한 승리의 화원이 계속해서 확대되어 갈 것임에 틀림없다.

5월. 영원히 ‘일보전진!’의 5월.
그  마음은 늘 내 흉중에 있다.
쓸쓸한 가을에도, 시련의 겨울에도, 폭풍 속의 여름 밤에도!
내 가슴에는 언제나 저 눈부신 ‘5월 3일의 하늘’이 펼쳐져 있다.
내 가슴에는 언제나 저 구원원초의 ‘5월의 태양’이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