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빛나고 있었다.
바다가 웃고 있었다.
홍콩에서 네팔로, 싱가포르로 그리고 다시 홍콩으로 돌아왔다.
1995년 11월. '동양의 진주(眞珠)'는 기뻐 날뛰듯이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었다.
빛나는 보석을 박아 넣은 '빅토리아 항(港)'에는 온갖 나라의 배가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
홍콩에는 언제나 드라마가 있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에너지를 압축한 공기가 있다. 걸음을 서두르는 사람들. 대단히 화려하고 현란한 채색으로 장식한 상점들의 간판과 네온. 휴대폰을 손에 들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비즈니스맨. 만화경(萬華鏡) 같은 쇼윈도. 길 가는 사람의 대화도 떠들썩한 활력이 있다.
쉬지 않는 원기 왕성함. 밝고 쾌활함. 잡초와 같은 꿋꿋함. 정직하고 소박함. 어딘가 간사이와 닮은 홍콩이 나는 좋다. 큰 도로를 조금 벗어나니 주택가에는 빨랫줄에 만국기처럼 매달린 세탁물들. 포장마차의 큰 냄비에서 나는 냄새. 사람들의 웅성거림. 홍콩 사람들은 모든 능력을 쥐어짜듯 다 쏟으며 살고 있다. 인정사정 없는 경쟁은 멈춰 서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두뇌와 배짱과 운과 인내와 함께. 누구라도 찬스를 추구하고, 누구라도 죽을 각오로 현실과 격투하고 있다.
홍콩에는 감상(感傷)이 어울리지 않는다. 감상에 젖을 틈도 없다. 거리 전체가 눈부신 그 뭔가를 찾아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그 소용돌이의 축이 이 빅토리아항(港)이다. 해협의 남과 북에 홍콩섬과 구룡(九龍)이라는 쌍둥이 거리가 펼쳐져 번잡하다.
빅토리아항은 수심이 깊고 남북의 산이 바람을 차단하여 파도가 잔잔하다. 조수간만의 차도 적어, 선박이 정박하거나 화물을 싣고 내리는 데도 최적이다. 참으로 '천연적으로 좋은 항구'다. 그렇기 때문에 홍콩은 침략의 대상이 되어 기구한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다. 아편전쟁으로 예전에 영국이 홍콩을 손에 넣자 항구에도 아편을 저장하는 창고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고 한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전쟁의 불꽃이 어지러이 빗발치던 때도 있었다. 홍콩섬의 영국군을 일본군이 공격하여 석유 탱크에 포화(砲火)를 집중시켰다. 영국군은 구룡쪽을 포격. 항구 양쪽은 불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3년 8개월 간의 악몽 같은 일본군 점령 하의 나날들.
그러나 홍콩 전체는 어떤 고난의 거친 파도도 타고 넘어 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몇 번이나 있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감연(敢然)히 싸워 승리를 쟁취했다. "이런 일로 질 성 싶은가!" 하고.
동양과 서양의 접점으로 동서의 온갖 것을 탐욕스러울 정도로 받아들여 활용했다. 물건도 사람도 정보도 기술도. 그 결과, 일찍이 해적밖에 가까이하지 않았던 섬이 세계 유수의 무역항으로 되었다. 반얀나무가 우거진 가로수를 따라 소년이 물소를 타던 한촌(寒村)이 서방 각국을 웃도는 경제력을 가졌다.
식민지라는 역경을 이겨 내고, 자원도 없는 섬을 '마천루(摩天樓)의 숲'으로 바꾼 에너지! 홍콩의 역사는 '인간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불가능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증명한다. 나는 믿는다. 이 낙관주의와 활력이 있는 한 '홍콩의 내일은 더욱 좋아진다!'고. 햇빛에 반짝이는 빛나는 바다와 같이.